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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지사항

'구월,가을의길목' 이영일교수님.광주매일신문에 실린글조회수 2481
이인숙 (ferry2030)2015.09.11 16:21

구월, 가을의 길목
이영일
송원대학교 교수


입력날짜 : 2015. 09.10. 19:59

무던히도 덥던 여름이 슬며시 물러가고 가을의 전령사 구월의 문이 활짝 열렸다. 구월은 무엇이든 용서할 수도 있을 것 같고, 용서 받을 수도 있을 것 같은 달이다. 우리 모두의 가슴마다 사랑이란 낱말을 하나씩 진하게 새기면 참 좋겠다. 가슴 절절히 사랑하고 싶은 달이 구월이기에…. 초록빛이 조금씩 퇴색 되어가고 무성했던 들녘도 황금빛으로 가을을 익힌다. 구월은 무르익은 희망이 풍성한 꿈으로 가는 길목이며 뜨락에 나가 가슴을 열어 가을이 오는 소리에 귀 기울여 보기도 하는 계절이다.

가을은 너무나 정직하게 우리들을 찾아와 언제부턴가 담 밑에서 들려오는 귀뚜라미의 울음소리를 전령사로 보내어 가을이 오고 있음을 알리고, 단풍나무 잎들이 하나 둘씩 노란색깔로 물들이면서 성급한 나뭇잎은 제 빛깔을 내지도 않은 채 낙엽으로 떨어지기도 한다. 가을 들판 한쪽에선 맑고 파란 잉크 빛 하늘을 등지고 이른 벼를 베는 농부의 손길이 바쁘게 움직이며, 산비탈 뒷밭에 심은 고구마는 철이 이른지 아직은 조그마한 몸통을 밭고랑에 숨긴 채 열심히 알을 키우고 있다. 비닐하우스 지붕 위 줄기에는 크고 작은 조롱박들이 여기 저기 가을 햇살에 몸을 맡긴 채 줄지어 누워 있고, 마당 옆 구부러진 감나무에는 푸르고 작은 감들이 초가을 햇빛에 몸을 만들고 있다.

구월이 오면 말갛게 다가오는 가을의 향기에 풀벌레 울음소리와 고향집의 애달픈 향수가 밀려온다. 진한 그리움이 돌아서 가던 길을 멈추고 길가에 서 있는 코스모스 닮은 여린 미소를 띤 채 높고 파란 하늘을 향한 환한 모습으로 가을사랑이 가득한 잉크 빛 하늘을 본다. 맑고 깨끗한 파란빛을 보노라면 내 마음도 그 빛을 닮아간다. 구월이 오면 나는 오곡이 영글어 고개 숙인 들길을 걷는다. 그러면 어느덧 내 마음도 알알이 영글어 고개를 숙인다.

이렇게 가을은 나무와 풀들에게 열매와 씨앗을 만들어 주고, 우리들에겐 자연의 풍성함과 마음의 여유로움을 느끼게 하며, 그 동안 잊고 지냈든 가슴속 감성을 되찾게 해주는 계절인가 보다. 가을이 오면 손으로 꾹꾹 눌러쓴 한통의 편지를 쓰고 싶어지고 길가에 핀 코스모스를 따라 걷노라면 가을 노래 한 소절이 생각난다. 탐스럽게 핀 국화꽃 향기는 우리들 마음을 따뜻하게 감싸준다. 보고 싶은 사람, 잊고 지낸 사람, 감사한 사람, 그리고 한때는 미워하기도 했든 사람들. 수신자가 없어 비록 우체통에 넣지는 못할지라도 손으로 눌러쓴 편지 한통으로 이 가을을 시작하고 싶다.

“가을엔 편지를 하겠어요/ 누구라도 그대가 되어 받아주세요/ 낙엽이 쌓이는 날/ 외로운 여자가 아름다워요// 가을엔 편지를 하겠어요/ 누구라도 그대가 되어 받아주세요/ 낙엽이 흩어진 날/ 모르는 여자가 아름다워요// 가을엔 편지를 하겠어요/ 모든 것을 헤매인 마음 보내드려요/ 낙엽이 사라진 날/ 헤매인 여자가 아름다워요”라는 고은 시인의 ‘가을편지’에 곡을 붙인 가수 김민기의 노래가 생각나는 계절이기도 하다.

구월이 오면 길가에 풀어놓은 코스모스가 반가이 영접하고 황금물결 일렁이는 가을의 들녘을 바라보며 그리움과 설레임이 밀물처럼 달려오는 달이다. 한동안 뜸했던 친구와 친지, 친척을 만나보고 모두가 어우러져 까르르 웃음 짓는 희망과 기쁨이 깃발처럼 펄럭이는 그런 달이다. 꽉 찬 보름달처럼 풍성하고 넉넉한 인심과 인정이 샘솟아 고향길이 아무리 멀고 힘들지라도 슬며시 옛 추억과 동심을 불러내어 아름다운 상상의 나래를 활짝 펼 수 있는 소중한 한가위가 있는 달이다.

구월은 곡식과 과일이 무르익을 때이다. 무심코 올려다 본 은행나무에 어쩜 이렇게 은행을 많이도 달고 있는지…. 그러나 가을은 그냥 오지 않는다. 세상 모든 것들을 물들이며 온다. 울타리에 매달려 이별을 고하던 나팔꽃도, 때 묻은 손수건을 흔들고 플라타너스 넓은 잎들도 무성했던 여름의 허영 옷을 벗고 힘들게 온다. 우리도 이 가을에 허영 옷을 버리고 과일이 무르익어 영글어가듯 성숙한 사람이 되어야 한다. 하늘은 높고 말은 살찐다는 천고마비의 계절에 새로운 마음으로 새롭게 시작하여 풍요로움이 넘치는 멋진 가을이 되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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